합병과 노동조합의 병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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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과 노동조합의 병존

(1) 노동조합의 병존 가능성

현행 노조법에서는 기업변동과 관련한 절차나 그 효과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상법에서 회사의 합병 및 분할의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 바 이에 준하여 판례는 해석하고 있다. 기업변동, 그 가운데 합병이 이루어지는 경우 소멸회사에 존재하던 노동조합의 지위가 해명되어야 한다. 적어도 합병이 이루어지는 경우,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에는 소멸회사의 노동조합과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의 노동조합이 병존하게 된다.

(2) 복수노동조합제도 하의 노동조합 병존

1) 복수노동조합 하의 조직 유지

현행 노조법 상의 복수노동조합 제도 취지에 비추어 보면, 합병을 통해 결과적으로 복수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로 해당 노동조합이 각자 상급단체를 달리 하거나 기득권 유지의 문제 등으로 인해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고자 할 가능성도 높다. 축협이 농협으로 합병된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축협이 농협으로 흡수합병되면서 농협중앙회지부(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 산하), 비정규직 노조, 그리고 축협노조가 병존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그런데 종전에 축협노조는 농협중앙회지부와 상급단체를 달리하여 민주노총 산하의 사무금융연맹으로 되어 있었고, 나아가 조합원의 가입범위를 구 축협직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농협 내 이러한 세 조직은 조직대상을 달리하고 있으며 별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우도 LG반도체와의 합병과정에서 두 개의 노조가 유지된 예로서, 이천과 청주에 각각 별개의 노동조합을 가지고 있다.

2) 단체교섭창구단일화 문제

가) 개요

2009년 12월 31일자 1사 ‘다수 노조’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조법 부칙 제6조에 의거 2011년 7월 1일부터 근로자의 노동조합 설립․가입의 자유는 보장하되,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 규정은 2012년 7월 1일부터 적용되도록 하였다. 따라서 2012년 6월 30일까지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간 개별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할 수 있지만, 오는 2012년 7월 1일부터는 마찬가지로 단체교섭을 위한 창구단일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장이라 하더라도 2012년 7월 1일 이후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를 전제로 한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기 위한 조직경쟁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나) 교섭창구단일화제도의 입법취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i)복수의 노동조합이 각각 독자적인 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상호간의 반목 및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노사당사자들간의 갈등문제’), 또 (ii) 동일한 사항에 대해 같은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는 데서 비롯되는 교섭효율성의 저하와 교섭비용의 증가, 복수의 단체협약이 체결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노무관리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교섭비용의 증가문제’). (iii)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소속에 따라 상이한 근로조건의 적용을 받는 데서 발생하는 불합리성 등의 문제(‘근로조건의 통일성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바, 이러한 제반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요컨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사용자의 단체교섭비용을 줄이고, 사용자와 복수의 노동조합들 또는 복수의 노동조합들 상호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고안되었다.

다) 교섭창구단일화제도관련 규정의 위헌논쟁과 해석방법론

현행 노조법 상의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제도적 취지와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단체교섭권이 배제된 노동조합’이 나타나게 된다는 점에서 종래 계속적으로 위헌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요컨대 교섭창구를 단일화한다는 것은 결국 대표노동조합이 아닌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법률을 통해 배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교섭창구단일화와 관련한 노조법 상의 규정을 두고, 최근 헌법재판소는 그 입장을 밝혔다. 즉 한국노총 등 130여개 노동조합이 노조법 제29조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있을 때 교섭대표가 된 노동조합에게만 단체교섭권을 부여한 노동조합법 규정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단체교섭으로부터 소외된 소수 노동조합도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는 절차에 참여하고 있는 바, 요컨대 소수노동조합의 경우도 교섭대표노동조합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단체교섭권의 본질적인 배제라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교섭창구단일화는 노사대등의 원리 위에서 적정한 근로조건의 구현이라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 요구되는 불가피한 제도라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규정의 의미 재평가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인해, 단체교섭창구단일화제도에 관한 위헌논란은 일단락되어졌다. 이를 통해 (i) 개별교섭이 가능하다면 개별교섭이 원칙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ii) 단체교섭창구단일화가 이루어 질 경우라도, 소수노동조합의 의사가 표명될 수 있는 창구단일화 절차 규정이 단체교섭권 행사의 자제를 합헌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노조법 상의 교섭창구단일화절차 규정이 어떠한 내용과 관점으로 해석‧적용되어야 하는가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즉 소수 노동조합들의 ‘의사’가 표명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단체교섭창구단일화 절차상에서 가능한 한 넓게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참여가 바로 소수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의 간접적 행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