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발명 강제실시 관련 법리

가. 특허발명 실시허락 제도의 종류

특허권이 가진 ‘물권적 권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특허발명 실시를 배척할 수 있는 배타권이다. 특허권자는 그 배타권에 기초하여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그 소송에서 피고의 침해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한 소송을 우려한 제3자는 그 특허발명에 대한 실시계약을 요청할 수 있는데, 특허권자는 그러한 실시계약에 응할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러한 결정으로 인하여 특허권자가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실시권자가 이러한 결정권에 기초하여 실시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자발적(voluntary) 실시계약이라고 칭하고, 실시권자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특허발명의 실시가 허락되는 것을 비자발적(non-voluntary) 실시라고 칭한다. 한편, 비자발적 실시는 다시 법정실시(statutory license) 및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e)로 나누어진다.

나. 강제실시의 분류 및 개념

법정실시는 별도의 절차 없이 법에 의해 자동으로 부여되는 것으로서, 게재권(intervening right), 직무발명에 대한 사용자의 통상실시권, 미국연방정부의 개입권(march-in right) 등이 있다. 법정실시는 다시 그 성격에 따라서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실시료를 지불하여야 하는 것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구분된다. 강제실시는 법령에 근거한 별도의 절차를 통하여 결정되며, 결정권자의 종류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누어질 수 있다. 우리 특허법 제106조 또는 제107조의 규정에 의한 강제실시는 모두 ‘행정부’에 의하여 결정되며, 실질적으로는 행정부를 대표하여 특허청장이 결정하는 것이다.

한편 사법부인 법원이 강제실시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법 체계에는 아직 정식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eBay 판결에 의하면 법원이 특허권의 침해를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영구침해금지(permanent injunction) 명령을 발하지 않을 수 있고, 그런 경우 결과적으로 강제실시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나아가 미국에서는 특허권의 남용을 시정 또는 징벌하기 위하여 법원이 해당 특허발명에 대한 강제실시를 결정하기도 한다. 법정실시는 특별한 지위를 가진 자, 관련 권리를 가진 자, 특허발명의 실시와 관련된 투자를 이미 한 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강제실시는 주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위와 같은 이해에 따르면,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란 “특허권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행정부 또는 사법부가 결정하는 실시허락”을 말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특허제도는 산업발전을 위한 것이며, 특허권자의 권리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산업발전을 유도한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한편, 공공의 이익은 국가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로서 그 중요성이 산업발전에 못지않다고 하겠다. 결국,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강제실시제도와 산업발전을 위한 특허제도는 모두 중요하지만, 두 가치 중 하나의 선택이 강요되는 경우 가치의 합리적인 비교형량을 통해서 그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고, 하나의 가치를 위하여 다른 가치가 전적으로 희생 또는 훼손되는 결과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