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당권 유동화 방안에 관한 논의

현재 기업의 금융담보로 활용되고 있는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며, 기업은 이들 부동산에 대한 단기대출만으로 자금운용을 하고 있어 부동산담보가 기업의 장기금융을 위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민법의 저당권은 엄격한 부종성으로 기업의 장기금융을 매개하는 기능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다.

현재 금융실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근저당권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민법개정안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에 관하여는 이미 상세한 논의가 있었으므로, 현재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정부의 민법개정안에서 근저당권에 관한 여러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이 많다.

이에 관해서는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이 절에서는 기업자금 조달 및 신용사회의 발전에 부응하기 위하여 저당권을 유동화하는 방안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유통저당권이나 저당증권제도의 도입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저당권의 부종성 완화 문제, 순위확정의 원칙의 도입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담보부사채신탁법에 의해 저당권과 피담보채권을 함께 사채발행을 위한 담보로 제공할 수 있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저당권부채권을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이를 유통시키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담보부사채신탁법은 사채발행의 경우에 한하여 이용될 수 있고,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도 그 이용의 주체나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의 선진적인 담보제도의 유동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하여 독일과 같이 유통저당권제도를 도입할 것인지 문제된다. 저당권은 본래 채권의 변제를 확보하기 위한 담보수단이지만, 저당권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삼아 거래계에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당권을 유동화하는 방법에는 저당권을 피담보채권과 분리한 후 저당권 자체를 증권화하여 유통시키는 방법과 저당권부채권을 담보로 새로운 증권을 발행하여 유통시키는 방법이 있다.

독일에서는 저당권의 부종성을 완화하거나 이를 배제하기 위하여 유통저당권, 토지채무와 정기토지채무를 인정하고, 유통성을 촉진하기 위하여 저당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저당은행법을 제정하여 저당은행이 투자가와 토지를 담보로 하는 자금수요자를 매개하도록 하여 저당권의 유동화를 도모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서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고 순위확정의 원칙을 채택함으로써 저당권의 유동화를 원활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저당권을 도입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독일의 저당증권제도를 채택하려면 저당증권이 등기업무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민법뿐만 아니라, 부동산등기법도 아울러 개정해야 한다. 즉 독일부동산등기법(GBO) 제56조에서부터 제70조에서는 저당증권의 기재내용과 교부, 채무증서와의 관련성, 저당증권의 양도, 일부저당증권, 공동저당증권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저당증권제도의 특색과 기능을 독일민법과 부동산등기법을 상호연계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연구한다면 우리 부동산담보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최근 독일에서는 부동산등기법 제126조 이하에서 전자등기제도에 대한 규정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부동산저당의 유동화는 부동산등기의 공신력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독일의 전자등기제도에 착안한다면 비록 우리 등기부에 공신력이 없다고 유통저당권의 채택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즉 IT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전자등기제도를 잘 도입한다면 독일식 저당증권을 채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저당권의 부종성 원칙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특별법으로 저당증권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를 도입하는 데 장애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저당증권제도는 과거에 발생한 금융공황으로 인하여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간 융자한 지방은행이 도산 등으로 부진함에 따라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어, 이러한 지방은행을 구제하기 위하여 부동산으로 담보된 채권을 자금화 내지 유동화(즉, 저당권부 채권을 처분하여 그 자금화)하여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도입되었다. 일본의 저당증권법은 저당권부 채권의 안전한 유통을 위하여 배서인의 담보책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어느 외국의 입법례에도 없는 일본 특유의 제도이다.

저당권부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저당권이전의 등기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등기를 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리하여 저당권부 채권을 신속하고도 안전하게 유동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저당증권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많이 이용될 것인지에 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리하여 저당권 유동화에 관한 법적 문제에 관하여 살펴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일본 저당증권제도의 효용과 도입의 필요성을 고찰하고 이와 함께 국내 법률 및 제도의 정비문제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