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개념과 의미 역사

공공부조제도는 빈곤에 대한 최종적인 사회안전망(last social safety net)이다. 그러므로 공공부조제도와 선정기준으로서의 재산기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빈곤에 대한 개념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이다.

하지만 빈곤(poverty)을 엄격하게 정의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름다움(美)이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듯이 빈곤도 그와 같이 하나의 가치판단”이기 때문이며(Orshansky, 1969), 그리고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빈곤개념은 있을 수 없기”(OECD, 1976)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빈곤이란 항상 몇 가지 상호 연관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그것이 발생하는 특정한 사회의 관행에 의해 정의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Hobsbawm, 1974).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빈곤을 정의하는 것은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 ‘현자의 돌’은 중세 연금술사들이 찾으려 했던 신비의 돌을 말하며, 모차르트가 5명의 작곡가와 더불어 작곡했던 오페라 곡 이름이기도 하다.

을 찾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Rein, 1968).

그럼에도 빈곤을 개념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조작적으로 정의내리는 것은 사회복지정책의 가장 기본적이고 일차적인 과업 중의 하나이며, 공공부조제도 선정기준 중의 하나인 재산기준을 논하는 출발선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빈곤의 사전적 의미는 ‘기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수단이 부족한 상태’ 즉, ‘자원의 결핍으로 인해 기본적인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이다. 빈곤을 이와 같이 정의하면, 저개발 국가의 빈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지만, 전반적인 생산력의 수준이 모든 국민을 충분히 먹여 살리고도 남음이 있는 선진국에서도 빈곤이 존재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사실이 된다. 이는 빈곤의 문제가 분배의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준다. 즉, 빈곤의 정의는 특정 시대와 사회 및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빈곤 개념은 연구자들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 내려져 왔다. 스미스(Smith, 1776)는 필수품을 구입할 수 없는 상태를 빈곤이라고 보면서, 더 나아가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화를 구입할 수 없는 상태도 빈곤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라운트리(Rowntree, 1901), 타운젠드(Townsend, 1962), 센(Sen, 1981) 등은 그 당시의 사회경제적 여건, 공동체의 인식, 학자로서의 지향하는 가치 등을 바탕으로 빈곤개념을 정의 내리고 있다. 그들의 빈곤개념에서 우리는 빈곤개념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운트리는 개별가구의 능력이 최소한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상태를 ‘가난’한 것으로 개념정의하고 있다. 반면, 타운젠드는 개별가구의 능력이 최소한의 물질적 욕구를 충족할지라도 주변 다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못살고 있다면 빈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센의 경우 능력의 결핍까지도 빈곤의 개념에 포괄하고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시공을 초월한 가치중립적인 빈곤개념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빈곤은 그 자체로 상대적 개념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특히, 빈곤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에서 상대적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기본욕구조차도 상대적으로만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은 사회규범과 경제적 조건을 반영함으로써 특정한 장소와 특정 시점에서만 대답되어질 수 있는 질문이다. 둘째, 공동체 인식을 반영하는 어떠한 빈곤 개념도 또한 상대적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인식들은 특정 사회규범과 태도를 체현한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빈곤의 개념적 정의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 잠재적 측정 범주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객관적으로 정의된 절대적 최소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것, 둘째, 상대적으로 그 사회의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것, 셋째, 스스로가 생활을 꾸려나가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잠재적 범주에 기초해서 빈곤의 개념은 주로 절대적 빈곤, 상대적 빈곤, 주관적 빈곤으로 구분되어 개념화되고 측정되어 왔다

빈곤선(poverty line)은 지금까지 논의된 빈곤 개념을 바탕으로 빈곤 여부를 확정하기 위해 준거가 되는 기준선이라 할 수 있다. 빈곤선은 앞에서 제시된 빈곤의 개념적 구분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접근방식에 따라 설정될 수 있다(Saunders, 2004). 첫 번째 방식은 재화의 장바구니 측면에서 욕구를 확인한 다음 그것을 사기 위한 비용이 얼마인지를 추정하는 예산기준(Budget standard)이다. 두 번째 방식은 중위(혹은 평균) 소득의 특정 비율과 같이 명시적으로 상대적 방식으로 기준을 설정하는 저소득기준(Low income standard)이다. 세 번째 방식은 최소소득기준에 대한 공동체 인식에 기초한 주관적 기준(Subjective standard)이고, 그리고 마지막 방식은 (소득지원급여에서 반영되는 것과 같이) 저소득에 대한 공식적 혹은 승인된 기준에 기초한 공식적 기준(Official standard)이다. 이는 각각 절대적, 상대적, 주관적, 그리고 정책적 빈곤 개념에 바탕을 둔 기준이다. 그러나 네 가지 방법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이유는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빈곤개념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빈곤선에 부여된 많은 (때로 갈등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단일한 빈곤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단일한 빈곤개념 및 빈곤선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가장 가까운 개념이 빈곤선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복지국가에서는 공공부조제도의 선정․급여기준으로 빈곤선을 직․간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