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법인의 권리능력의 개념과 대법원의 입장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민법 제34조를 법인의 권리능력에 관한 범위로 전재한 후 법인과 거래한 상대방 보호를 위해 정관 목적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다. 민법 제34조는 상법(회사법)과의 관련성에서 “정관으로 정한 목적 범위내” 부분을 상법학계에서 개정을 요청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한 이유는 거래의 안전을 보다 중요시함으로써 법인보다는 상대방을 좀 더 보호함으로써 보다 많은 거래를 촉진시키려는 상법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 대법원 판례도 영리법인의 경우 회사의 정관상의 목적에 의한 권리능력 제한에 소극적으로 보인다.

이는 상법상 학설이 거의 제한부정설적 입장에 서 있으며, 판례는 이론적으로 목적에 의한 회사의 권리능력 제한을 인정하는 입장에 서 있을 뿐이다. 즉, ‘회사의 목적 수행에 직접 · 간접으로 필요한 행위’는 목적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하여 민법상의 법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보는 외에, 이에 더하여 회사의 행위가 그 목적 수행에 필요한가 어떤가는 행위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추상적으로 판단할 것이지 행위자의 주관적 구체적 의사에 따라 판단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회사의 행위를 그 목적 범위 내에 속하지 않는 것으로 본 판례로는 대법원 1975.12.23. 선고 75다1479 판결을 들 수 있는바,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그 회사를 대표하여 회사의 목적 범위에 속하지 아니하는 타인의 손해배상채무를 연대보증한 경우에는 그 보증은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판결 이후로는 회사의 행위를 목적 범위 외의 행위라고 본 판결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바, 대법원은 단자회사의 대표이사가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기 위하여 회사 명의로 약속어음에 배서한 행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별다른 원인관계가 없음에도 회사 명의로 소외 회사의 채무를 인수한 채무부담행위 등에 대해서 회사목적 범위 내의 행위라고 판시하였다.

비록 민법과 상법상 법인의 권리능력과 관련한 정관의 목적에 대한 태도가 다르긴 하지만 특수목적 영리법인에 있어서는 기본 상법과 또 다른 태도가 있음을 중시하여야 한다. 오늘날 영리사단법인인 회사의 경우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려는 필요성이 더욱 강하고 주주 등은 영리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 영리 추구의 수단인 사업의 내용이나 종류에는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권리능력 제한을 부정하거나 극히 한정하여 인정하려는 입장이다.

권리능력 제한을 없애려는 이와 같은 전제가 특수목적법인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수목적법인의 권리능력 문제를 일반적인 회사나 법인과 달리 보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특수목적법인의 경우 그 활동을 무제한적으로 인정하여야 사회적으로 유익한 것이 아니고 특수한 활동으로 제한하여야만 그 법인이 속한 금융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기능을 부작용 없이 수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유동화전문회사가 유동화증권(ABS)을 매각한 대금을 유동화자산 매입대금 상환에 사용하지 않거나 유동화자산에서 회수한 대금을 유동화증권 투자자에 대한 원금 및 이익금 지급에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업에 사용한다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 및 주택자금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본래 의도한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주주 등 사원의 보호와 거래 안전의 보호에 있어서도 특수목적법인은 일반적인 회사 등과 전혀 상이하다. 즉 특수목적법인의 경우 주주나 투자자 등은 법인이 일정한 범위의 사업만을 수행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투자 목적이 달성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 주주 등은 특수목적법인이 제한 없는 활동을 통해서 영리 추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바, 이러한 활동은 특수목적법인의 신용위험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특수목적법인의 설립근거가 되는 법률이 그 법인의 사업 범위와 수행 방식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주주 등은 특수목적법인이 일정한 범위의 사업만을 수행한다는 데에 대하여 법적 신뢰를 갖는다.

 

이에 비하여 특수목적법인의 업무에 속하지 않는 거래를 한 상대방의 경우, 특수목적법인이 회사의 명칭 등에 있어 특수성을 띠고 있어 상대가 특수목적법인이고 그와 같은 경우 법률에 의하여 사업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법률에서 특수목적법인에 대하여 금지를 명한 행위를 거래 상대방으로서 행하였으므로, 이러한 거래 상대방을 보호할 가치나 필요성은 매우 적다.

 

셋째, 일반적인 회사의 경우 인적 · 물적 기반이 결합된 유기체로서 활동하나 특수목적법인의 경우 대부분 명목회사로서 상근 임원을 둘 수 없고 직원을 고용할 수 없으며 본점 외의 영업소를 둘 수 없고 업무를 타인에게 위탁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인적 · 물적 기반이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서는 설립 근거가 되는 법률에 규정된 업무를 위탁 등의 방식에 의하여 수행하는 외에 다른 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현실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법인에 대하여 일반적인 권리능력을 부여할 실익도 없고 만약 그와 같이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부적절한 업무 수행에 의하여 부작용만이 초래될 뿐이다. 법인이 사회적 유기체라거나 사회적 가치가 있는 실체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권리능력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은 명목회사에 해당하는 특수목적법인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없다.

이러한 논의는 다음과 같은 법 체계적 이유도 있다는 것에 유념하여야 한다. 특수목적법인에 대해서 일정한 업무 외의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에 대해서 보면, 그 입법 목적은 특수목적법인으로 하여금 일정한 역할만을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본래의 목적에 자원을 집중하게 하고 이로써 특수목적법인이 이바지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다른 사업이나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신용위험을 제거함과 아울러 그와 같은 체계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형성하여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은 입법 목적은 금지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여야만(효력규정으로 해석하여야만) 달성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법인세법의 경우 유동화전문회사,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 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의 특수목적법인에 대해서는 배당가능이익의 100분의 90을 배당하는 경우 그 금액을 소득금액계산에서 공제하는바, 이들 법인이 명목회사로서 공익성 있는 특수한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음을 전제로 조세상의 특혜를 주고 있다. 이들 법인이 당초 부과된 목적 외의 업무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다면 이들 법인에 대해서는 특별한 혜택을 주어 부당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특수목적법인의 권리능력 제한은 개별 법률에 의한 법률상의 제한의 방식에 의하여 이를 인정하고, 다만 개별 법률의 규정을 효력규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단속규정으로 볼 것인지에 있어서는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권리능력 제한의 필요성과 특수목적법인에 대하여 법인격을 인정하는 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