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의무의 포괄적 승계 원칙

(1) 문제점

회사의 합병, 영업의 양도, 회사의 분할 등에 따른 기업변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종전 기업의 근로자가 과연 근로관계의 승계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합병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합병 당사회사의 주주와 채권자의 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고, 상법이든 노동관계법이든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하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합병으로 인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에 당연히 승계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상법이 회사 합병의 법적 효과에 대해 “합병 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된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상법 235조), 이 규정은 합자회사,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의 경우에 준용되고 있다. 따라서 합병은 합병으로 인해 소멸하는 회사의 모든 권리·의무를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포괄적으로 그리고 법률상 당연히 이전시킨다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러한 상법상의 이전 대상에 과연 기존의 ‘근로관계’가 포함되는지 여부이다.

권리와 의무의 포괄적 승계 원칙

(2) 학계에서의 논의

합병의 효과로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승계되므로 소멸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 역시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에 법률상 당연히 포괄승계된다고 하는 견해가 지배적인 학계의 입장이다. 즉 상법상 상업사용인이 영업주인 회사와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고용기간의 만료 또는 고용계약의 해지 등에 의하여 고용관계가 종료되면 그 직을 잃게 되지만, 합병에 의하여 영업을 포한한 모든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승계되고 주주가 수용되는 점에서 기업유지를 위하여서도 상업사용인은 퇴임하지 않고 그 고용관계는 당연히 승계된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소멸회사와 일반종업원 사이의 고용계약 등의 계속적 법률관계도 합병시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에 승계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근로관계에 수반되는 신원보증계약이나 위임 등에 의한 권리의무도 당연히 승계된다.

이에 대해서는 합병에 관한 상법의 규정은 기본적으로 기업변동의 경우 기업의 존속보호라는 기업법의 법리에 따라 재산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며 근로자의 법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기 때문에 재산관계상의 권리·의무에 관한 상법의 규정을 그대로 적용시켜 근로계약의 승계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견해는 합병으로 인한 근로관계의 포괄적 이전은 합병 전후를 통해 기업이 폐지되지 않고 그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한, 법형식적인 경영주체와의 관계가 아니라 기업과의 결합관계인 근로계약도 당연히 동일성을 유지하는 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것에서 그 이론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거의 같은 관점에서 합병의 경우 근로관계가 합병하는 것이지 근로관계의 이전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근로조건의 통합이나 조정의 문제가 남지만, 이는 근로관계의 이전 또는 승계의 문제와는 다르다는 견해도 있다.

(3) 법원의 입장

회사가 합병한 경우에는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나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한 회사에게 승계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병의 법리로서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합병에 따른 근로관계 승계 문제를 두고, 종래 판례는 “합병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합병회사에 승계됨을 전제로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계속근로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나아가 “회사합병이 있는 경우에는 소멸회사의 권리·의무는 사법상의 관계나 공법상의 관계를 불문하고 그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합병으로 인하여 존속한 회사에 승계된다”고 판시함으로써, 합병의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관계의 당연승계를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의 합병에 의하여 근로관계가 승계되는 경우에는 종전의 근로계약상의 지위가 그대로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이므로 존속회사 또는 신설회사와 소멸회사의 종업원 사이에 근로조건에 관하여 새로운 합의가 없는 한 소멸회사 종업원의 근로조건은 합병 후에도 종전과 같은 내용으로 승계‧유지된다.

합병의 포괄적 승계법리는 법인의 건설업 면허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즉, 법원은 판례를 통해, 건설업법 제13조 제2항은 합병에 의하여 소멸되는 법인의 건설업의 면허는 합병에 의하여 설립되거나 존속하는 법인에게 이전된다고 하여 이를 주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시함으로써, 상법상 합병법리는 다른 법률의 유사조항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용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